중국, 인공지능 분야서 ‘미국 우선주의’에 맞서 글로벌 리더십 부각

AI 엑스포 통해 국제사회에 중국의 비전 제시

중국은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인공지능 회의(World Artificial Intelligence Conference, WAIC)’를 통해 자국의 AI 야망을 국제사회에 선명히 드러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과는 상반된 접근 방식으로, 중국이 AI 분야에서 미국과 경쟁하며 다자주의적 협력을 추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번 행사는 중국 기업 딥식(DeepSeek)이 자국산 혁신적인 AI 모델을 공개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대형 AI 행사로, 로봇, 플라잉 택시 등 800개 이상의 기업이 최신 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전 구글 CEO 에릭 슈미트, AI 거장 요슈아 벤지오와 제프리 힌턴 등 세계적 인사들도 참석해 전보다 더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리창 총리, AI 국제 협력 구상 발표

중국 리창 총리는 깜짝 발표를 통해 상하이에 기반을 둔 AI 협력 기구 설립 계획과 함께 유엔 산하의 새로운 AI 규제 대화 체계 두 개를 제안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AI 행동 계획(AI Action Plan)’에 대응하는 움직임으로, 중국은 기술 리더십 경쟁에서 다자 협력 중심의 모델을 강조했다.

아시아그룹(Asia Group)의 조지 천 파트너는 “미국의 AI 계획은 ‘미국 우선주의’의 연장선으로, 미국 내 우선순위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반면 중국은 다자주의를 수호하고 더 많은 국제 협력을 장려하는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오픈소스 기반 기술로 협력 강조

이번 회의에서는 알리바바, 딥식 등 중국 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오픈소스 모델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AI 제품들이 공개됐다. 이는 지난해 메타(Meta)의 Llama나 오픈AI(OpenAI)의 GPT 시리즈에 의존했던 모습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베이징 당국은 이러한 오픈소스 모델을 통해 전 세계와 기술 혜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으며,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통해 기술 발전 속도 역시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 관계자는 “딥식의 모델에서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요소들을 반영해 서로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천은 “중국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AI 기술의 실제 적용을 대규모로 빠르게 실험할 수 있다”며, 특히 로봇 기술 분야에서 그 효과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서는 인간형 로봇이 관람객 사이를 돌아다니고, 로봇 개가 공중제비를 도는 퍼포먼스도 연출됐다.

AI 생태계 구축 위한 새로운 산업 연합 출범

중국 AI 기업들은 자국 중심의 기술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 두 개의 새로운 산업 연합을 출범했다. 이는 미국의 엔비디아(Nvidia) 칩에 대한 수출 규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대응 전략으로, 이번 WAIC 행사 일정에 맞춰 발표됐다.

첫 번째 연합인 ‘모델-칩 생태계 혁신 연합(Model-Chip Ecosystem Innovation Alliance)’은 대규모 언어모델(LLM) 개발 기업과 AI 칩 제조사들을 연결하는 기술 체계다. 참가 기업 중 하나인 인플레임(Enflame)의 자오리둥 CEO는 “칩부터 인프라까지 완전한 기술 체계를 잇는 혁신적 생태계”라고 설명했다.

이 연합에는 화웨이, 바이런, 무어스레드 등 미국 제재를 받은 칩 제조사들도 포함됐다. 연합은 LLM 개발사 스텝펀(StepFun)에 의해 출범됐다.

산업 전환 목표로 한 AI 위원회도 구성

두 번째 연합은 ‘상하이 상공회의소 AI 위원회’로, AI 기술과 산업 구조의 깊은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참가 기업으로는 미국의 제재를 받은 센스타임(SenseTime)을 비롯해 스텝펀, 미니맥스(MiniMax), 메탁스(Metax), 일루바타 코어엑스(Iluvatar CoreX) 등이 있다.

회의에서 가장 주목받은 제품 중 하나는 화웨이의 클라우드매트릭스 384(CloudMatrix 384)였다. 910C 칩 384개를 장착한 이 시스템은 미국 반도체 분석업체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에 따르면 일부 성능 지표에서 엔비디아의 GB200 NVL72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세미애널리시스는 “화웨이는 시스템 설계 역량으로 개별 칩 성능의 한계를 보완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주도권 위한 중국의 도전

중국은 이번 WAIC를 통해 기술력뿐 아니라 AI 규제 및 협력 모델에서도 미국과 다른 접근을 보이며 국제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오픈소스를 통한 공유, 산업 생태계 내재화, 대규모 시장에서의 실험 등 중국만의 강점을 앞세운 이번 행보는 향후 AI 국제 질서 재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