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며 연일 새로운 소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교육 현장 역시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직면했습니다. 교육자들은 몇 주 간격으로 출시되는 새로운 AI 도구의 등장 속에서 어떻게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비판적 사고와 논리력을 길러주는 과제를 제시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학생들이 우리만큼이나 강력한 AI 도구에 접근할 수 있다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히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넘어, ‘좋은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AI는 우리가 해오던 지적 활동, 교육 활동, 그리고 가장 인간적인 활동의 본질을 다시금 성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AI를 하룻밤 사이에 통달해야 하거나, 교육자로서의 가치가 위협받는다고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진짜 과제는 이 새로운 기술 파트너가 우리의 교육 활동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입니다.
AI, 교수의 능력을 확장하는 파트너
마이크로소프트의 제러드 스패타로(Jared Spataro)는 AI의 잠재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5가지 핵심 인지 작업 프레임워크를 제시했습니다. 바로 인식, 이해, 추론, 실행, 창조입니다. 이 프레임워크는 교육자의 업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AI가 교육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 명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1. 인식 (Perceiving) 인식은 학생들의 이해도, 토론 게시판의 참여 패턴, 과제 제출 현황 등 눈에 보이는 것과 그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AI는 인간의 관찰력을 확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수천 개의 학생 과제를 분석하여 공통적인 오개념을 발견하거나, 여러 분반에 걸친 피드백 패턴을 시각화하여 보여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조지아 주립대학교는 예측 분석 시스템을 도입하여 소외 계층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크게 향상시킨 바 있습니다. AI는 교육자의 ‘주의력’ 범위를 넓혀주며, 우리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무엇에 집중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습니다.
2. 이해 (Understanding) 이해는 교육 활동의 핵심입니다. 새로운 강의를 준비하거나 학생의 연구를 지도할 때, 교육자는 방대한 정보를 해석하고 맥락을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AI는 이 과정에서 강력한 보조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방대한 양의 기관 정책 문서를 스캔하여 핵심 내용을 요약하고 불일치하는 부분을 찾아내거나, 특정 주제에 대한 여러 관점의 텍스트를 비교 분석하여 교육자가 더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고 중요한 해답을 찾는 데 집중하도록 돕습니다. 이는 이해의 과정을 외주화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 처리의 부담을 덜어 교육자의 지적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 인간 중심 교수법
AI를 교육을 보조하는 파트너로 인식한다면, 우리는 기술의 변화와 무관하게 학생들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 방식에 더욱 집중할 수 있습니다.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 능력, 팀워크, 창의력, 그리고 가장 중요한 ‘호기심’을 길러주기 위한 효과적인 교수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생성적 학습 모델과 플립 러닝 (Flipped Learning) 효과적인 수업은 여러 교육 전략의 조합으로 이루어집니다. 그중 핵심은 생성적 학습 모델과 플립 러닝입니다. 생성적 학습 모델은 매주 수업 내용이 이전 주의 학습 내용을 기반으로 점진적으로 심화되는 방식입니다. 학생들은 누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평가받게 되며, 수업 중 상호작용 활동을 통해 학습을 공고히 합니다.
플립 러닝은 교수의 일방적인 강의 대신, 학생들이 사전에 영상이나 읽기 자료를 통해 기본 개념을 학습해오고, 수업 시간에는 토론이나 그룹 활동 등 심화 학습에 집중하는 방식입니다. 이 두 가지 전략을 결합하면 수업 시간을 역동적인 지식 탐구의 장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과제 설계: 구체적 사례
이러한 교수법을 적용하면 AI가 단순히 해결해 줄 수 없는, 학생 개인의 경험이 담긴 과제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사례 1: 소규모 수업의 발표 프로젝트 한 수업에서는 6주에 걸쳐 발표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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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 차: 각자 자신의 연구를 한 페이지로 요약하고 동료 피드백을 받습니다. 수업 중 효과적인 피드백 훈련이 선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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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차: 동료 피드백을 반영하여 연구 내용을 슬라이드 한 장으로 요약하고, ‘3분 발표(3MT)’를 위한 슬라이드를 만들어 다시 동료 피드백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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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차: ‘슬라이드 노래방’ 활동을 통해 발표 기술을 연습합니다. 처음 보는 슬라이드를 1분간 즉흥적으로 발표하며 발표 태도에 대한 피드백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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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 차: 이전 피드백을 종합하여 실제 ‘3분 발표’ 리허설을 진행하고, 내용에 대해 동료와 선배 멘토로부터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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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 차: 심사위원과 동료들 앞에서 최종 발표를 진행하고 평가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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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 차: 5주간의 생성적 학습 경험 전체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성찰하는 최종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이러한 과제는 학생 개인의 고유한 수업 경험과 동료와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므로, ChatGPT와 같은 AI 도구는 아이디어 정리나 편집을 도울 수는 있어도, 교실에서 일어난 구체적인 경험을 대신 서술해 줄 수는 없습니다.
사례 2: 대규모 수업의 유전학 프로젝트 모든 학생이 발표하기 어려운 대규모 수업에서도 적용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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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 차: DNA와 유전의 기초에 대한 영상을 시청한 후, 수업 시간에는 멘델의 유전 법칙 문제 풀이를 주제로 그룹 토론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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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차: DNA 패키징에 관한 아티클을 미리 읽고, 수업에서는 염색질 구조와 관련된 분자들에 대해 토론합니다.
이후 수업들도 사전 과제와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특정 질병의 유전자를 규명하는 것과 같은 복잡한 유전 메커니즘으로 점차 심화됩니다. 최종 보고서 주제는 ‘수업 중 진행된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특정 질병의 원인 유전자를 찾는 과정을 요약하시오’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학생은 AI가 알 수 없는, 수업에서의 개인화된 토론 경험을 보고서에 녹여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AI 시대의 교육은 기술을 금지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간 중심적이고 개인화된 학습 경험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교육의 본질입니다.